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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죽음을 원해도

noon2dy 2012. 3. 30. 11:27

위루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아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찾아 오셔서 마스크 호흡기까지 하고 꼼짝없이 누워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하신 여러 위로의 말씀중에 대부분이 죽음에 대한 말이였다.

기도를 드릴때도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을 믿고 편안히 천국으로 가게 해달라 했다.

목사님이 보기에 내가 오래 못살고 얼마 안 있음 곧 죽을것처럼 보였나 보다.

퇴원후 집으로 돌아오니 이곳 사회적 기업인 돌봄센터에서 찾아 와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될게 무얼까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 죽기전에 맘을 편안히 가지라고 호스피스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분들을 소개 시켜 주겠다하여 성직자 한분을 소개 시켜주어 만났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하루를 살더라도 맘편히 살다가란 나름의 배려다.

매일 전화를 하시는 노모도 나의 상태를 전해 듣곤 간혹 그러다가 얼마 안있어 죽는게 아니냐며 걱정스레 물으신다.

또 이렇게 직접적으로 내 앞에서 죽음을 말하지 않지만 다녀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들은 어느 정도로 나의 죽음을 예측하고 있단걸 느낄수가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리 오랜 살지 못할거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쉽게 빨리 끝나지 않고 너무나 질기단걸 그들은 잘 모른다.

특히 루게릭 환자의 질긴 생명력은 일반 사람들이 보고 느껴 생각을 하는것에 몇배 아니 수십배이다.

전신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호흡기에 의지하지만 간병하는 보호자의 정성에 따라 죽기전까지 또렷한 정신으로 몇년은 기본이고 길게는 10년 넘어서까지 족히 산다.

나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 누구보다도 지금 곧바로 죽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맘과 달리 당장 죽기 보다 각종 의료보조장치(호흡기등)에 의하여 생명이 연장되어 많은 루게릭 환자가 그렇듯 오래 살게 될까 겁나고 무섭다.

발병 7년을 넘어  3년 6개월의 침상에서의 투병기간도 결코 쉽지 않고 많이 지치고 만만치 않았는데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훨씬 힘들어 지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까지 살아갈 자신도 염치도 없다.

몸은 움직일수 없었어도 그나마 자가 호흡을 하고 말을 하고 먹을수 있던 지금까지와 달리 그마저 잃고 모든걸 눈치껏 보호자가 알아서 해 줘야 하는  힘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단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젠 그만 죽길 소망한다.

그러나 생각처럼 죽어 지지 않는다면 안락사라도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안락사가 어렵다면 병원이나 의사들이 자연사를 원하는 루게릭 환자들에게는 기도절개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라도 없기를 절실히 바라고있다.

꼭 환자가 원하지 않는 생명까지 어거지로 연장 시키는게 의술이고 의무는 아닐것이다.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자신들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진데도 단지 생명 연장만 되는 수술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일수 있냐고.

 

 

출처 : 루게릭병과 친구할래요
글쓴이 : 베스트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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