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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위루술을 하고 나서

noon2dy 2012. 3. 30. 11:27

한동안 먹는것이 두려워 영양식 조차도 하루에 500ml이상 입으로 먹질 못했다.

그나마 컨디션이 더 좋지 못한 날은 영양식은 커녕 물 한컵도 마실 엄두도 내질 못했다.

사래가 걸려서도 였지만 삼키는데 목에서 음식이 걸려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가슴에 가래가 붙어 있어 잦은 기침으로 숨을 쉬기 조차도 힘이 들었다.

24시간 코 마스크 호흡기를 하고 있지만 편치 않아서 수시로 고통스러웠다.

이렇다보니 차츰 먹는것에 흥미를 잃고 대부분을 누워서 힘들어 하던중 어느날 몸에 열이 나고 심장 박동수가 150을 넘었다.

괴로워 하며 힘들어 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와 활동 보조샘은 병원에 가야겠다고 준비를 서둘렀고 나는 죽지 않고 괜찮으니 그냥 내 버려 두라고 했다.

그러나 나의 완강한 거부가 모두 부질 없었고 결국은 아내의 선택과 판단에 맡길수 밖에 없었다.

사설 구급차가 왔고 한양대 병원 응급실로 가서 몇가지 검사후 폐렴이 심하니 먼저 폐렴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폐렴은 많이 좋아 졌지만 여전히 입으로는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자 아내는 다시 입원하는것도 쉽지 않으니 온 김에 위루술을 하자고 했다.

많이 고민이 되고 망설여 지긴 했지만 아무리 거부를 하여도 언젠가는 거쳐야만 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기에 그러자고 했다.

 

예전에 많은 분들의 말처럼 위루술은 수술이랄 것도 없었고 마치 칼에 베어 서너발 꿰메는 것처럼 정말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끝났다.

수술후에도 생각 보다 아프거나 특별히 불편하진 않았고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을땐 배에 위루관이 연결되어 있단 것도 모를 정도였다.

다만 소독을 하거나 위루관을 통해 영양식을 주입 할땐 약간 신경이 쓰이긴 하였으나 그도 시간이 지날수록 담담해졌다.

일주일 입원 하였다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온 지금은 입원전과 크게 달라진것도 별로 없다.

입으로 먹는걸 자제하고 위루관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니 맛을 못 느끼지만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든 음식을 해탈한듯 예전에 정말 좋아했던 것도 별로 먹고 싶다거나 관심이 없다.

그보단 설사나 장에 탈이 없고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길 가장 바라게 된다.

그리고 한번에 한두시간 이상 걸리는 투여 시간이 조금 지루하지만 어차피 달리 할수 있는 것도 없으니 도나 닦듯 평안히 지낸다.

아무리 별거 아니라고 조언을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술전엔 위루술을 크게 두려워 많이 망설이고 최대한 늦추려 한다.

그러다 뒤늦게 위루술을 하고 나서 환자나 보호자 모두 진작에 하지 않은걸 후회를 한다.

이번에 위루술을 받고 나니 그동안 미리 겁을 내고 불안해 하여 괜히 걱정을 사서 한게 한심스럽게 생각된다.

이번일을 계기로 또 하나를 받아들이고 맘이 편해진다.

 

나는 루게릭병 발병후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도 위루술이나 기도절개를 받기 전까지만 살다가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직전에 죽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건 바램일뿐 현실은 항상 다르게 다가오고 생각을 하였던 것에서 크게 어긋난다.

모든게 닥치기 전에는 두려움의 대상인것도 지나면 오히려 편안해 지는게 있다.

위루술을 하고 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되는건 아니다.

페렴에 걸릴 확률이 줄고 보다 편안게 영양 공급을 할수 있단것외에 여전히 병은 진행된다.

그럼에도 때가 되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행하는게 하루를 살더라도 고통을 줄이고 편안한 삶이 되지 않을까?

막상 해 보면 정말 별게 아닌게 그게 위루술이 아닐까 싶다.

출처 : 루게릭병과 친구할래요
글쓴이 : 베스트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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