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Battery -/『 공부는 안하나? 』

미에루카 경영(visual planning)

noon2dy 2010. 9. 15. 12:48

 

제1장 위기를 극복하는 세계 최강의 경영전략


1. 미에루카 경영의 핵심 파워


경영을 구성하는 요소를 지극히 단순화시켜 분해해보면, ‘비전(Vision)’, ‘경쟁 전략(Competitive Strategy)’, ‘운용(Operation)’이라는 세 가지로 나뉜다. 비전은 각 기업의 경영 이념이나 창업자의 철학, 꿈, 목표 등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Why)’ 자체를 규정하는 것이다. ‘왜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기업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목표 달성을 향한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비전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경쟁 전략은 ‘우리 회사는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라는 ‘대상(What)’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경쟁 전략은 각각의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독자적인 가치와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어떤 경쟁 상대와 차별화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운용은 그와 같은 ‘경쟁 전략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라는 ‘방법(How)’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 운용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각 기업의 ‘현장’이며, 각각의 현장에는 ‘현장력’이라는 조직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좀처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보면, 이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뭔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기업 간 격차가 현저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운용이자 현장력이다. 강한 기업은 전략을 실행할 때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과 장애를 현장에서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약한 기업은 현장력이 떨어지며 문제 해결이 느리고, 심한 경우에는 문제를 은폐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에서는 아무리 고매한 비전이나 합리적인 경쟁 전략이 있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현장력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요령을 피우지 않고 확실하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현장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정해진 업무에 대한 확실한 처리는 현장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며, 그 역할만으로는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실현하는 진정한 현장력을 획득할 수 없다. 내가 정의하는 현장력이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첫째, 정해진 루틴(routine, 일상 업무)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스스로 ‘당사자’가 되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 유연한 두뇌, 강인한 체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현장의 일부 인원만이 그런 마인드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관여하는 모든 조직원이 현장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조직 능력’으로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단순히 개선 활동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력을 철저히 단련시켜서 경쟁 업체를 훨씬 능가하는 ‘우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준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현장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율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문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가 없는 현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활동이란 ‘계속해서 발생하는 문제와의 싸움’이라고도 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현장이 어떻게 맞서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강한 현장을 보유한 기업에서는 현장의 인원이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직접 당사자가 되어 대처하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기업 활동에 따른 대부분의 문제는 일상 활동 속에서 발생하며, 현장의 인원들이 서로 협력해서 주체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기업 활동에서의 문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그 대상이 되는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제란 본래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하는 표준 또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모습과,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하려면 본래는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하는
표준이 먼저 명시되고, 조직 내에서 확실하게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표준이나 기준만 지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표준이나 기준의 준수는 분명 중요한 사항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문제 해결형 기업이 될 수 없다. 보다 질 높은 문제의식이란 표준과 기준을 달성하고 난 후에 나타나며,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목표, 즉 ‘추구해야 할 이상적 모습’과 현재 상황의 괴리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차원적 문제는 현장 인원들이 자주적으로 설정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진정한 문제 해결형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이 능동적으로 고차원적 문제를 설정하는 ‘문제 설정 능력’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현장력이 조직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한다면, 그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를 발견하거나 문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시발점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가시화라고 할 수 있다. 가시화의 근원적 의미는 문제점을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장력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문제점이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보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뜻하는가?
인간에게 시각은 행동을 일으키는 방아쇠를 당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입구’가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문자 정보와 구술 정보를 매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이용이다. 행동의 필요성이나 의의를 열심히 설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행동을 촉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보유 여부에 따라 사람을 움직이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인간이 행동을 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본래 자율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적정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있다. 다시 말해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거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필요한 행동을 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태나 문제를 가리
거나 숨기지 않고 시의 적절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책임감, 능동성, 의욕을 믿고 기업 활동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나 현상을 드러내 보이면서 시각에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가시화의 본질이다.


현장을 파악할 수 있는 도요타 안돈
미에루카 경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도요타의 ‘안돈(일본어로 초롱불이라는 뜻-옮긴이 주)’에는 가시화의 본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돈은 도요타의 각 공장에서 제조 라인에 매달아 놓은 게시판을 가리키는데, 각각의 공정이나 기계의 정상 가동과 정지 여부를 램프로 표시한 것이다. 현장의 관리자나 감독자는 공장의 어느 위치에 있더라고 이 게시판을 통해 한눈에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안돈은 매우 심플한 시스템이지만, 그 본질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포인트를 이해해야 한다. (1) 문제를 개방적으로 공지한다. 안돈 시스템은 제조 라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즉시 알리는 동시에 그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게 만든다. 중요한 점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2) 개인 책임에 의해 문제가 발견된다. 안돈을 점등시키는 책임과 권한은 각 라인의 작업 담당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문제나 이상이 발생했음을 인지한 담당자는 스스로 판단을 내려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스위치를 누른다. 현장의 작업 담당자에게는 정해진 공정을 처리할 의무뿐만 아니라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전체에 알릴 책임이 있다. (3) 문제 해결은 팀 단위로 수행한다. 작업 담당자가 스위치를 누르면 그 공정을 가리키는 안돈이 황색 표시로 변하고, 감독자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그 자리에서 대응책을 협의하고 실행한다. 팀 단위로 지혜를 짜내고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면, 안돈은 다시 녹색으로 변한다. 요컨대 안돈 시스템은 문제를 개방적으로 공지하고, 개인 책임에 문제가 발견되며, 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한다. 안돈이라는 심플한 시스템에는 미에루카 경영의 본질이 함축되어 있다.

 

현장을 보이게 하라
가시화는 언뜻 보면 대단히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시화를 오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시화를 시도하는 현장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오해는 다양한 정보를 공개만 하면 미에루카 경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시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실과 문제가 ‘눈에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본다’가 아닌 ‘보인다’라는 말을 굳이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시화의 핵심은 동물적 본능, 즉 문제가 눈에 보이면 행동을 일으킨다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의 안돈 역시 현장 관리자가 어디에 있더라도 ‘눈에 띌 수 있게’ 커다란 게시판의 형태로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만약 안돈이 자그마한 정보 단말기라면 비록 똑같은 이상 상태가 발견되더라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정보의 공유라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더라도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보이는’ 상태를 제공하는 시스템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보려는’ 의지에 달려 있는 시스템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미에루카 경영을 도입했다는 사례 중에는 실제로 본질적 의미를 담은 가시화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IT(정보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한 시스템일 뿐이며,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가시화가 아니라 사용자의 의지를 전제로 하는 ‘시각화’에 그치고 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에루카 경영의 기본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데에도 불구하고 보인다고 착각하는 기업들에게는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나쁜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나쁜 정보는 본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뿐더러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못 보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정보들이다. 그러나 ‘나쁜 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공유한다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환경은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둘째, 조직 전체가 보지 못한다.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당사자나 일부 관계자에게만 보이는 상황을 가시화라고 할 수 없다. 문제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따라 관여하는 인원수나 직위는 달라지지만, 관련 인원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보인다고 할 수 없다. 셋째, 적시에 보지 못한다. 미에루카 경영에서 목적에 따라 즉시적이고 시의적인 부분을 가시화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정보에는 ‘신선도’가 있다. 신선도가 떨어진 정보 썩은 과일이나 마찬가지다. 넷째, 전해들은 정보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시화에는 ‘질(quality)’이 요구된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라고 전해들은 2차 정보만 보인다면 실제로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가시화의 본질은 사실 그 자체나 1차 정보를 보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가시화의 시스템이나 장치를 고안하고 도입하기만 하면 가시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까? 아쉽게도 시스템과 장치만으로 실질적인 가시화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대체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여준다는 의지나 행동이 필요하다. 기업 활동에서는 그러한 이상 상태나 문제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자그마한 변화나 징후 또는 문제의 발생을 암시하는 현상이나 수치가 반드시 나타난다. 그것을 포착해서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미에루카 경영이란 보여주는 것이며, 보여주겠다는 의지와 지혜가 없다면 이를 실현할 수 없다. 진정한 가시화의 실현은 보여주기를 추진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으로 변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지속적인 현장 개혁의 비결
보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냥 보이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왜곡되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온전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시각 이상은 결코 인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업 활동에서도 다양한 시각 이상이 발생하며,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서 발생하기 쉬운 네 가지 시각 이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근시. 기업 활동으로 보자면, 당장 코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보이지만 멀리 있는 것, 즉 근원적 문제나 먼 장래를 내다보았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본질적 과제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 해당된다. 바로 ‘근시안’적 업무 수행에 급급한 기업이 겪고 있는 시각 이상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원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 잘 안 보이는 상태이다. 이런 증상을 겪는 기업은 사실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까운 곳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나 이상 징후를 감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셋째, 부동시(짝눈). 좌우의 시력 차이가 현저한 상태를 부동시라고 한다. 기업이 겪는 부동시의 증상은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 본사와 현장이 서로 다르게 보거나, 부문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상태와 비슷하다. 넷째, 백내장. 백내장은 수정체가 하얗게 흐려지면서 잘 안 보이게 되는 질병이다. 백내장에 걸린 기업은 정말로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 활동 자체에 안개가 뿌옇게 낀 것처럼 현재 상황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제나 이상 상태가 발생하더라도 그대로 방치하게 되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기업이 가시화를 도입하면서 빠지기 쉬운 네 가지 함정에 대해서 살펴보자. 함정1, IT 편중. 가시화라고 하면 흔히 머릿속에 IT를 활용한 시스템 구축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IT는 가시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IT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서 가시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IT로 인해 가시화는커녕 불투명화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IT를 이용한 가시화는 대부분 구성원이 알아서 볼 것이라는 안이한 기대가 전제된 시스템이다.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안 보게 되고 안 보이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함정2, 수치 편중. 미에루카 경영에서 수치(데이터)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칫 수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 수치만 보고 현장의 실태나 경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생한 정보’다. 수치가 양호하다고 해서 현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수치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단순한 수치 이상의 사실을 가시화해야 한다.
함정3, 생산 편중. 미에루카 경영을 가장 많이 도입하고 있는 곳은 제조업체의 현장이다. 그러나 기업 활동은 제조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가장 시급하게 가시화를 도입해야 하는 부분은 제조 현장 이외의 현장들이다. 그중에서도 외부와의 접점이 되고 있는 현장, 예컨대 고객 접점이 되고 있는 영업이나 서비스 현장 등은 업무 자체가 블랙박스처럼 되어 있어서 문제점이 겉으로 드러나기 힘들다는 특성을 갖는다. 문제나 이상이 제조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전체에 가시화를 도입하고 철저하게 실천에 옮기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절대 조건이다.
함정4, 시스템 편중. 미에루카 경영을 탄생시킨 도요타의 가시화는 결코 기법이나 툴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요타의 가시화는 다양한 현상과 문제, 이상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문제 해결을 촉진한다는 경영 사상으로서 뿌리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를 본받아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그 시스템만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흉내내고 있을 뿐, 그 형식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사실을 보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로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감도’가 둔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다. 조직 내부의 각 현장에서 보이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는 동시에 모든 조직 구성원이 그에 대한 예민한 ‘촉각’을 가지려고 노력함으로써 변화에 민감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시화의 본래 목적이다. 궁극적으로 미에
루카 경영이란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제2장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혁신 전략

1. 진정한 현장 경영을 완성하라
미에루카 경영의 개념은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사고방식이다. 제2장에서는 기업 활동에 관련된 미에루카 경영을 구조적,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가시화가 기업 활동에 미치는 가공할 만한 영향과 그 가능성에 대해서 검증하고자 한다. 미에루카 경영은 크게 문제, 상황, 고객, 지혜, 경영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
미에루카 경영의 핵심은 ‘문제의 가시화’이다. 문제의 가시화란 일상적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상이나 문제를 적시에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 활동은 극단적으로 표현해보면 ‘문제 해결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적시에 감지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며, 신속하게 해결하는 능력이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이다. 이상 상태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기업 활동의 최전선, 즉 현장이다. 따라서 현장 수준에서 이상이나 문제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시화 활동의 원점이자 출발점이다.
문제의 가시화를 더 분류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이상 상태의 가시화. ‘이상 상태의 가시화’란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 자체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뚜렷하게 표면화시키는 것이다. 정보나 수치가 아니라 이상 현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이게 만든다. (2) 간극의 가시화. 현장에서의 업무가 일정한 기준이나 계획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기준 또는 계획과 현재 상황 사이의 간극(gap) 정도를 측정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3) 시그널의 가시화. ‘시그
널 가시화’는 이상 상태 자체나 간극을 가시화하기 전에 이상 상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시그널(속보 신호)을 발신하여 문제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도록 만든다. (4) 근본적인 원인의 가시화. 이상 상태나 간극, 시그널의 가시화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상 상태나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분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보다 상세한 데이터나 사실을 볼 수 있게 만든다면, 그 속에서 진정한 원인이 나타나기도 한다. (5) 효과의 가시화. 문제를 보이게 만드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시책이나 대응 방법을 강구하여 문제에 대처했으면, 뒤따르는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정량적. 정상적으로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 되려면 일을 벌여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효과를 측정해서 그 결과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
미에루카 경영의 두 번째 카테고리는 기업 활동의 실태가 보이도록 하는 ‘상황의 가시화’이다. 무엇보다도 기업 활동의 현재 상황을 볼 수 없다면 문제를 발견하거나 타당한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업 내부 상황, 즉 기업 활동이 어떤 사고방식과 규칙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은 그 규칙을 충실하게 따르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영 자원(인력, 물자, 자금)이 회사 내에 존재하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전제조건으로 상황의 가시화라는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의 가시화를 보다 세분화하면,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기준의 가시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서 ‘달성해야 할 수준’을 명시한 것이 ‘기준’이다. 이상 상태는 기준과 현재 상황의 격차를 의미하므로 기준이 명시
되지 않으면 이상 상태를 인식할 수 없다. 업무의 표준이나 매뉴얼, 가이드라인, 규칙 등의 기준을 정비하는 일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2) 실태의 가시화. 기업 활동이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경영 자원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등의 경영 및 운용에 관한 ‘실태(status)’를 제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 활동의 기본적 인프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실태는 ‘계획 계통’과 ‘자원 계통’으로 구분된다. 계획 계통의 실태란 기업 활동 전체 계획이나 실행 계획, 목표, 진척 상황 등을 의미한다. 한편 자원 계통의 실태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경영 자원의 현황을 보여준다.

고객
미에루카 경경의 세 번째 카테고리는 ‘고객의 가시화’이다. 가시화라는 말은 기업의 내부 활동에만 국한시켜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고객’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본래 문제 해결의 궁극적 목적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고객의 가시화도 좀 더 세분해보면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고객 의견의 가시화. 기존 고객이든 잠재 고객이든 상관없이 고객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보이게 만드는 것이 ‘고객 의견의 가시화’이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반응, 만족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의 단서가 될 만한 고객의 필요와 욕구 같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보이게 하는 시스템은 모든 기업에게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2) 고객 입장에서의 가시화. 고객의 목소리나 희망사항에 대한 일방적 수집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쌍방향의 가시화를 실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혜
미에루카 경영의 네 번째 카테고리는 ‘지혜의 가시화’이다.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이며 창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시도가 특정한 부류에 속하는 인원에게만 한정된다면, 조직적 문제 해결 능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회사 내의 다양한 지혜를 결집하고, 암묵지(학습과 체험을 통해 개인에게 습득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지식-옮긴이 주)를 형식지(암묵지가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옮긴이 주)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그런 필요에 의해 많은 기업이 ‘지식 경영’이라는 경영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식 경영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지혜의 가시화와 같은 개념이다.
지혜의 가시화도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힌트의 가시화. 정보나 지식은 문제 해결의 전제 조건으로서 당연히 필요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 트리거(trigger, 방아쇠)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요인은 지식이 아니라 노련한 직원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생각의 경로’나 언뜻 시시해 보이는 ‘무형의 비결’인 경우가 많다. 어떤 단계를 거쳐 어느 시점에서 사물을 판단할 것인가 하는 생각의 경로를 밝히거나 경험을 통해서 얻은 무형의 비결을 명문화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를 전승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경험의 가시화. 개인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지혜로 가시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사례 형식으로 기록에 전승하는 것도 지혜의 가시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경험에는 성공과 실패가 모두 포함된다. 단순히 사례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시사점의 본질을 가시화하고 학습을 조직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영
마지막 카테고리는 ‘경영의 가시화’이다. 이제껏 설명한 네 가지 카테고리는 기업 활동의 운용상 문제 해결을 촉진시키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렇게 각각 나누어진 부분들을 통합하여 운용 전체의 집행을 감시 및 감독하기 위한 가시화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경영의 가시화이다. 현장의 문제 해결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느 부분에 새로운 문제의 발생 소지가 있는지를 제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면 경영자로서의 감독 책임을 다할 수가 없다. 경영의 가시화는 회사 내부를 대상으로 하는 가시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외적으로 자사의 경영 상황을 가시화하는 설명 책임을 포함하고 있다.
진정한 미에루카 경영이란 이러한 다섯 가지 카테고리의 가시화를 통합적으로 실천하면서 각각의 가시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다섯 가지 카테고리의 가시화가 연결되어 있고 가시화의 의의나 가치가 조직 내부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는 기업은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확립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을 구축하다
가시화를 실현해야 할 대상으로 다섯 가지 카테고리와 열한 개의 대상 항목을 살펴보았다. 각각의 항목은 결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된 목표 하에서 관계성을 갖는 통합적 시스템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특히 문제, 상황, 지혜에 해당되는 아홉 가지 대상 항목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운용상의 연쇄적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2. 문제를 해결하는 미에루카 경영 사례
<사례> 주택기기 제조업체의 ‘불량 재고의 가시화’
주택기기 제조업체 A사는 안이한 수요 예측과 공장 가동률을 우선시한 생산 지상주의로 인하여 방대한 양의 불량 재고를 보유하게 되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장 사정을 우선시하고 만들어진 물건을 시장에 밀어 넣는 ‘푸시(push)형’ 생산으로는 더 이상 회사를 꾸려갈 수가 없었다. A사의 경영진도 시장의 수요를 관찰하면서 팔 수 있는 제품을 적시에 생산하는 ‘풀(pull)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산 부문에 대한 발상 전환의 필요성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여전히 가동률을 우선시하고 ‚재고는 처분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과잉 생산에 의한 A사의 재고 수준은 감소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A사의 사장은 공장의 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이미 출하되어 물류 센터나 영업소에 쌓여 있던 재고를 공장으로 돌려보내도록 지시했다. 공장으로 반품된 산더미 같은 재고는 공장 정문 부근의 공터에 쌓아 올려졌다. 자기들이 만들어낸 불량 재고라는 이상 상태가 고스란히 눈앞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불량 재고라는 실물에 의한 가시화였다. 공장에 출근하는 종업원들은 매일 아침 ‘불량 재고의 피라미드’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과잉생산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실수요에 근거한 유연한 생산’을 표어로 정한 A사의 생산 개혁은 이 일을 계기로 놀라운 진전을 보였다. 불량 재고를 모두 처분한 지금도 불량 재고의 피라미드 사진은 과거에 대한 경고의 뜻으로 생산 현장 곳곳에 붙어 있다.

3. 상황을 이해하는 미에루카 경영 사례
현장에서 문제의 발견 및 해결이 잘 이뤄지지 않는 기업의 공통점은 현장 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그 기준을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가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 업무에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기본 ‘틀’이 필요하다. 그 틀은 바로 업무 표준, 업무 매뉴얼, 규칙, 가이드라인 등으로 불리는 기준이다. 이러한 ‘척도’가 있어야 기준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를 이상 상태나 문제점으로 인식할 수 있다.

<사례>도요타의 ‘표준 작업의 가시화’
도요타의 강한 현장력을 낳고 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표준 작업’의 명확화이다. 표준 작업 등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매뉴얼화되어 있겠지만, 도요타만큼 표준 작업을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철저한 운용을 추구하는 기업은 드물다. 도요타 생산 현장의 표준 작업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택트 타임(Tact Time)’으로, 한 대 또는 한 개를 몇 분 몇 초 만에 만들어야 한다는 표준 시간이다. 두 번째로 ‘작업 순서’는 제품을 가공하는 작업 순서와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감각이나 비결을 말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표준 파지(꽉 움켜쥐고 있다는 의미-옮긴이 주)’인데, 직업을 수행할 때 손에 들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공정(가공) 미완 제품이다.
대부분의 기업의 표준 작업이란 작업 순서 정도의 내용이며, 작업 자체는 여전히 ‘보고 배우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도요타는 앞서 소개한 표준 작업의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작업 자체를 규정하여 가시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이 작업은 오른손으로 한다‛라는 규정까지 상세하게 명문화하고 있으며, 그런 경우 왼손으로 작업을 하지 못한다. 또한 ‚1번과 2번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라는 조작 방법뿐만 아니라 ‚1번 버튼을 누르고 공기압 소리가 들리고 덮개가 닫히는 것을 확인한 후에 2번 버튼을 누른다‛라는 식으로 숙련공들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감각이나 비결까지 이해하기 쉽게 가시화되어 있다.
도요타는 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진화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개선’이라고 여기고 있다. 현장 업무에서 표준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표준은 어디까지나 ‘그 시점에서의 표준’일 뿐이며 표준 그 자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도요타는 현장에 비치되어 있는 표준 작업서의 변색 정도로 그 현장의 품질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색이 바랜 표준 작업서는 몇 년 동안 내용이 바뀌지 않았음을 나타내며, 새로운 표준 작업서는 작업 방법이나 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다는 증거로 인식된다.


4. 고객 서비스를 실천하는 미에루카 경영 사례
기업 활동에서 고객의 필요와 욕구, 속마음 등이 보이고 있는지 아닌지는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고객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목소리를 수집해야 하는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소비자 설문조사와 고객 실태조사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제대로 가시화한 고객의 목소리를 기점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영 품질을 높이는 기업이 있는 반면, 일을 벌여놓기만 하고 더 이상의 추가 조치가 없는 기업도 허다하다.

<사례>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의 ‘설문조사의 가시화’
혼다 계열 판매점인 혼다 클리오 점포에서 8년 연속, 혼다 베르노 점포에서 9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를 달성한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에서는 아이자와 겐지 사장의 주도 하에 철저한 가시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는 세 가지 고객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점포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작성하는 설문조사’와 ‘자동차를 구입한 후 집에 돌아가서 작성하는 설문조사’, ‘수리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서 작성하는 설문조사’가 그것이다. 점포에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작성하는 설문조사 회수율은 100%지만,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는 집에 돌아가서 작성하는 설문조사를 더 중요시한다. 집에 돌아가서 할 경우에는 보다 진솔한 소감을 쓰게 되고, 시간이 약간 지나면 그 점포의 인상을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작성하는 두 종류의 설문조사 회수율은 약 30%인데, 업계에서 경이적이라 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설문조사가 하루에 100건 정도 접수되는데, 담당자나 지점장은 물론이거니와 사장도 모든 설문조사를 훑어본다. 자동차를 구입한 고객에게는 사장이 직접 답장을 쓰고 있다. 이 업체가 시행하는 설문조사의 특징은 평가를 ‘만족’, ‘보통’, ‘불만족’이라는 3단계로만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기업이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대만족’, ‘만족’, ‘보통’, ‘약간 불만’, ‘불만’이라는 5단계 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고객으로 하여금 ‘약간 불만’ 또는 ‘불만’이라는 평가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는 3단계 중 보통으로 표시되면 클레임으로 인식한다. 접객업의 기본은 만족이므로 보통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이라고 표시된 설문조사가 접수되는 날에는 난리가 난다. 고객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물론이고 지체 없이 ‚이러이러한 클레임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담당자 명의로 전 점포에 팩스로 알림으로써 비슷한 클레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 품질의 저하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자와 겐지 사장은 ‚고객보다 100배 더 난리를 쳐라!‛라고 주장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가시화한다는 것은 보이게 된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저 보이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업체의 미에루카 경영은 고객의 목소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경영 상황은 팩스로 매일매일 전 점포로 전달되며, 각 점포의 후문 통로에 눈에 띄게 붙여놓음으로써 전 직원에게 공개되고 있다. 보인다는 것과 보여준다는 것의 중요성을 전 직원이 이해하고 있는 혼다 클리오 신카나가와에서는 고객 설문조사가 그저 형식적 요식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설문조사’가 되고 있다.


5. 지혜를 공유하는 미에루카 경영 사례


<사례> 기계 제조업체 기술자의 ‘사고 회로의 가시화’
대형 기계 제조업체 K사는 베테랑 기술자가 쌓아온 노하우나 경험을 전승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구개발 현장 또는 제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베테랑 기술자들의 귀중한 경험을 조직적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다. 베테랑 기술자의 노하우나 경험을 보이게 만듦으로써 20년 넘게 걸렸던 과정을 3~5년 만에 습득하도록 목표를 세우고, 의욕 넘치는 기술자들의 수준 향상을 가속화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베테랑 기술자의 ‘방법론’이다.
K사는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내지 ‚어떤 단계를 거쳐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을까?‛ 등의 사물을 보는 시각, 사고방식, 생각의 단계를 밝혀내서 베테랑 기술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사고 회로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품 개발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어떤 발상의 전환이 있었는지, 그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등 ‘시간 축에 따른 사고의 변천 과정’을 조직의 지식으로 축적해 활용하고 있다. 자칫 베테랑 기술자가 찾아냈던 해결책이나 결과만을 해결 방법으로 가시화해 버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대처해야 할 상황과 환경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과거의 성공 사례’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베테랑 기술자의 사고 회로를 해석하고 생각의 순서도를 가시화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계승을 위한 가장 중요한 힌트가 된다.

6. 경영을 완성하는 미에루카 경영 사례

기업 활동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사의 운용 실태를 보이게’ 만드는 것은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본사나 경영진에게 절실하다. 현장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존중하면서 본사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경영책임을 다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정보를 하나하나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근거한 경영을 ‘조종석(cockpit) 경영’이라고 한다. 기업 활동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리는 계기판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회사 전체적으로 매니지먼트를 수행할 수 없다.
<사례> 료쇼쿠의 ‘수치’에 근거한 경영
가공식품 도매업체 중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8분기 동안 최고의 수익 기록을 연속해서 갱신하고 있는 료쇼쿠는 각 부분의 활동을 ‘수치’로 파악하여 부문별 목표와 현재 상황의 가시화를 철저하게 추구하고 있다. 료쇼쿠는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 개혁을 진행시켜 왔지만 그 진척도가 각 부문에 따라 심한 편차를 보였으며,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업무 개혁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료쇼쿠는 각 부문마다 척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대한 진척 상황을 보이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본사의 업무 개혁 추진실이 선두에 나서서 각 부서와의 협의를 거친 후, 부서 업무의 내용을 세밀한 항목으로 분해하여 각각의 개선 목표치를 설정했다. 달성 상황은 점수로 환산되며 5점 만점 기준에서 4점대를 목표로 진행하는 방식, 즉 현재 상황을 수치로서 파악하는 관리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측정하는 지표는 재고 회전율이나 결품률, 상품 취급률 등 부문마다 독자적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성적표는 회사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기간업무 시스템을 통해서 공유되며, 자기 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의 수치도 가시화되어 있다. 이것을 이용해서 활동의 진척 상황을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부문 간 선의의 경쟁의식 향상에도 일조하고 있다. 료쇼쿠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계기(計器) 비행’이라고 부른다. ‘감각’에 의지해서 조종하는 기존의 ‘유시계(有視界) 비행’에는 위험 요소와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면서, 점보제트기를 조종하려면 계기판을 보면서 비행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토 마사하루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왜 수치로 논의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기법 상으로는 수치로 관리하지만, 수치가 우선이 되면 안 된다. 수치가 먼저 정해져 있고 그 수치를 강요한다면, 일이 재미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제3장 미래 1등 기업들을 위한 핵심 전략, 미에루카 경영

1. 혁신 기업의 조건
보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입구일 뿐이다. 그것이 인간에게 자극을 줌으로써 의식이 변하고 새로운 행동을 유발한다. 단지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 계기가 되어 인간의 마음속에 뭔가가 싹트기 시작하고, 보이기 전과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을 가져온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가시화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좋은 가시화란 보인다는 자극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를 길러주는 가시화이다.
깨달음을 발견한다 : 가시화에 의해 보이게 된 현상이나 사실을 통하여 인간은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한다. 정보나 데이터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깨달음의 발견이야말로 가시화의 목적이다.
사고를 길러준다 : 깨달음이라는 자극을 계기로 인간의 사고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눈으로 본 현상이나 사실을 토대로 새로운 인식이나 의문이 생겨나고 생각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사고’는 현상이나 사실로부터 유발된 것이므로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대화를 불러일으킨다 : 가시화에 의해서 다양한 현상과 사실이 들여다보이고 조직 내에 공통적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 결과 조직의 벽, 직종의 벽, 계층의 벽, 세대의 벽 등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벽을 뛰어넘는 ‘대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다.
행동을 유발한다 : 사고나 대화는 인간에게 새로운 발상과 지혜를 가져다준다.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이나 가설을 찾아낸 인간은 실행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되고, 그 욕구가 구체적 ‘행동’을 일으킨다.
보인다는 것은 ‘깨달음 -> 사고 -> 대화 -> 행동’이라는 일련의 ‘영향의 연쇄’를 일으키고, 그 결과로 문제 해결을 촉진한다. 미에루카 경영은 영향의 연쇄를 통해서 개인의 의식이나 행동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파급 효과는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가시화로 인해 변화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나 행동은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 품질의 비약적 진화로 이어진다.
미에루카 경영이 기업에 일으키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가시화가 일으키는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을 기른다는 것이다. 방금 설명했던 영향의 연쇄는 바로 사람을 기르는 프로세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시화로 다양한 사실이나 정보를 얻은 인간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상호 협력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진행해간다. 가시화는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이 가능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치이다. 두 번째 파급 효과는 ‘단결심’을 기른다는 것이다. 좋은 가시화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성을 가져다준다. 조직의 벽은 무지, 무관심, 무시라는 세 가지 무(無)에서 비롯되는데,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은 그러한 조직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출발점이 된다. 가시화가 조직으로서의 단결력과 일체감을 조성하는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지막 파급 효과는 ‘풍토’를 기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나쁜 정보는 지체 없이 드러낸다‛, ‚문제가 보이고 그 해결을 위해서 조직의 장벽을 초월한 협력과 협조가 이루어진다‛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풍토 조성은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불상사를 예방하는 최적의 위기관리 방안이다.
가시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가시화의 본질에 근거한 몇 가지 주의점을 지켜야 한다. 이것을 나는 ‘미에루카 경영의 열 가지 포인트’이라고 부른다. (1) 현상의 조사와 분석부터 시작한다. (2) 보이고 싶지 않거나 보여줄 수 없는 것일수록 가시화한다. (3) 보이는 것과 보여줄 것을 추려낸다. (4) 신선도와 타이밍을 중시한다. (5)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용도에 맞게 가려 쓴다. (6) 이해하기 쉽고 심플하게. (7) 당사자에게 보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8) 진정한 승부는 보이게 된 후부터 시작된다. (9) 가시화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10) 최고경영층이 가시화를 견인한다.

2. 현장력이 경쟁력이다
나는 크게 두 가지 ‘경영 컨셉’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 스타일’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구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이다. 구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이란 회사의 구심력이 매우 강해서 중앙집권적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영 스타일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명확하며 현장에서의 업무 실행도 일사분란하게 통솔할 수 있다. 그런 기업에서 현장의 역할은 ‘자율적으로 행동양식을 결정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의 확실한 수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와 반대되는 또 하나의 경영 컨셉은 ‘원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이다. 원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이란 구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과는 대조적으로 사업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에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가능한 한 현장 또는 현장 가까이에서 사안을 판단 및 결정하며 실행으로 옮기는 경영 스타일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물론 전체의 방향성이나 방침은 최고경영층이 결정한다. 그렇지만 실행상의 책임과 권한은 모두 현장에 있다. 이러한 경영 컨셉이야말로 ‘자율적 문제 해결형 조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직 능력이 바로 ‘현장력’이다.
가시화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선택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가시화의 성립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구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에서는 ‘관리 및 감시’하기 위한 가시화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양한 기업 활동의 실적을 관리하고 이상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구심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한편 원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가시화는 현장의 ‘자주 관리’에 의한 가시화이다. 스스로 알아서 업무나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한다는 높은 자율성을 보유한 조직을 만들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돌아가는 경영이 성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시화를 고려하는 데 중요한 점은 자기 회사가 운영하려는 경영 컨셉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자기 회사의 스타일이 명확해지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가시화할 필요가 있는지 저절로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