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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싸가지 없는 풍력발전업자들.

noon2dy 2007. 5. 1. 00:11
싸가지 없는 풍력발전업자들

이 승 기 / (사)한국녹색회 정책실장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탄핵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후 한 여당 의원은 참패의 원인을 ‘열린우리당이 싸가지가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싸가지가 없다’는 ‘버릇이 없다’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개혁적 정책들의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그것들을 추진하는 태도와 내세우는 말들이 지나치게 경망스럽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해서 개혁이고 뭐고 국민 대다수가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을 하겠다는 이들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싸가지가 없는지’ 이른바 개혁 세력 내지 대안 세력들의 한계 속에 이들까지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들은 풍력발전이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 방법 중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피해를 보는 주변 주민들을 무시하고 발전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이 뜻하지 않는 대규모 환경 재앙을 초래하지 않고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에 비해 이점이 있기는 있다.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에 비하면 개혁적인 발전방법이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나 사건의 이치가 그렇듯 새로운 방법에도 나름의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개혁이나 대안의 취지와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그 결과가 꼭 좋으리라는 법은 없으며 개혁이나 대안은 어느 정도 실험적 성격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전문성에 바탕을 둔 실험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험 과정에서 뜻밖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이건 옳은 일인데 너희들은 왜 따라주지 않는거야?’ 라고 윽박지르거나 ‘너희들은 이 좋은 일의 가치를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니 어쩔 수 없어!’라고 밀어붙이다가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기 쉽다.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현주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풍력발전이 대안이라는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까지는 성공하였다. 관광 명소의 이미지까지 얻어 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내용은 부실하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지역에서의 저항은 만만치 않다. 상업적인 발전단지 중 말썽이 없는 곳은 영덕풍력발전단지 하나 정도이다. 대관령의 한일목장과 삼양목장에 들어서고 있는 강원풍력발전단지는 백두대간을 훼손시킬 우려 때문에 여러 환경 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강원풍력발전단지는 목장 부지에 들어선다지만 이미 그 부지를 목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주변에 사람이 살거나 농사를 짓는 일이 없는 등 직접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의견 조정이 쉬웠다. 어쨌든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풍력발전이 친환경사업이라는 이미지는 훼손을 입었다.

제주도의 경우는 상업발전을 하고 있거나 추진하는 곳이 모두 말썽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용수 풍력발전단지의 경우는 풍력발전단지 내의 소규모 축사들이 폐허가 된 채 방치되어 있다. 소들의 몸무게가 잘 늘지 않고 60m 높이의 풍력발전기 위에서 돌아가는 회전자의 그림자 때문에 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은 용수 풍력발전단지 주민들은 사업자인 남부전력이 추가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부지 매입을 끝낸 상태에서 북제주군과 제주도에 반대 진정을 내 추가 설치를 무산시켰다. 제주도내 가장 큰 상업적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행원 풍력발전단지에서는 토지 소유주들이 지가가 하락하고 토지 거래가 끊겼다며 끙끙 앓고 있다.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때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펜션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관광객들은 풍력발전기를 일견하고 지나갈 뿐 머물 곳을 정할 때는 조용한 바닷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제주 난산풍력발전단지는 분노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있다. 사업자인 유니슨은 토지 소유주와의 임대 계약만으로 제주도와 산자부의 승인을 받고 사업을 착수하였으나 소음 등 각종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은 기초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동의 절차나 피해에 대한 설명회 한 번 없었다며 입지를 재선정하라는 내용의 반대 투쟁에 나섰다. 특히 주변 토지 소유자 중 청초밭 영농조합법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유기농․축산단지를 10년 동안 망할 각오를 하고 가꾸어 왔는데 소음이나 각종 피해가 확실한 상업적 풍력발전단지가 100m도 되지 않는 거리 내에 자리잡는다면 유기 농․축산은 물론 유기농․축산과 연계하여 추진될 각종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며 사업자인 유니슨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서 유니슨은 청초밭영농조합법인과 주변 토지 소유자들에게 풍력발전단지가 더 확장될 수 있도록 임대를 해 주거나 아니면 공시지가에 토지를 팔라고 해서 청초밭영농조합법인을 비롯한 주변 토지 소유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공시지가라니! 저희들이 식민지 제국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는 해발 1000m의 고랭지 채소 단지이다. 이곳에도 14기의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할 예정으로 풍력발전업자들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강원도당국과 몇몇 대기업들이 관여된 풍력발전업자들은 풍력발전기 기초를 세울 바로 그 자리만 슬그머니 확보하면 된다는 식이다. 소리 소문 없이 발전기 기초가 들어 설 부지를 확보한 후 발전단지 내에 집을 두고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게는 마을발전기금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평당 1,500원씩(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할 20년의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을 주겠다고 값싼 미끼를 던져 놓은 상태이다.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능선에서 집과 농토가 100m 이내에 있어 평생 소음과 위압감과 어지러운 대형 날개의 그림자에 노출될 사람들에게 평당 1,500원이라니! 평당 1,500원을 매년 주겠다는 말이 아니다. 단 한 번 1,500원을 던져 주고 자신들은 20년간 실컷 돈을 벌어먹겠다는 뜻이다. 대기리 안반덕 마을은 풍력발전업자들의 술수 때문에 마을이 두 동강 났다. 이미 마을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의 보상금을 받은 주민들과, 풍력발전단지를 하려면 충분히 보상을 해 주어 다른 곳에 옮겨 가서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민들로 마을은 양분되어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말을 잘 들어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곳은 고랭지 채소 단지라 집중호우 때면 토사유출이 심해 언젠가는 산림 복원을 해야 하는 곳으로 이미 논란이 있었던 곳이다. 그렇다면 산림 자원 확보를 위해 국유림을 확대하고 있는 산림청과 풍력발전업자들이 힘을 합하여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준 뒤 산림 복원도 하고 제대로 된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청은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대신 마을 주민들에게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암태도와 연결되어 있는 자은도는 동국산업이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200MW(20만 가구분의 전기 생산)에 가까운 대단위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꿈꾸고 있는 프로젝트 치고는 시작이 매우 부실하다. 동국산업은 자은도 백산리에 3기의 시범적인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로 하고 사업 승인을 받아 멋진 기공식을 시작하였으나 그때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백산리 주민은 기공식장을 뒤엎고야 말았다. 백산리의 집과 농토들도 풍력발전기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있다. 동국산업은 풍력발전기가 들어 설 부지만 은근슬쩍 매입했을 뿐 피해를 볼 백산리 주민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후안무치의 행태를 보이다 발목이 잡혔다. 백산리 주민들은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국유지로 풍력발전기의 입지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과 신안군에서는 시원한 답이 없다. 지금 백산리에는 이장이 없다. 구 이장이 사업 승인을 해 준 신안군 당국을 대변할 뿐 정작 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며 마을 주민들이 이장직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업자들과 관련 당국들은 풍력발전이 청정에너지라며 피해 주민들의 호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독일의 노르드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인가에서 1,500m 떨어진 곳에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령을 선포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즈음 건설되는 풍력발전기는 타워 높이만 해도 60-80m 높이이며 회전 날개의 직경은 60-90m가 된다. 회전 날개의 크기는 점보기 크기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런 거대 시설물이 코앞에 들어 서게 되면 그 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우선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풍력발전기는 끊임없는 소음을 발생시킨다. 밤낮 없는 소음 때문에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이나 생업은 위협받게 된다. 이 거대한 인공 시설물은 자연 조망권을 망치고 인근 토지가의 하락을 야기한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주민들에게 그저 ‘문제없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 주민과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청정 에너지의 이미지를 확산해 가야 풍력발전사업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당국도 부지만 확보하면 풍력발전사업을 허가해 주는 현재의 법체계에 안주하지 말고 인근에 인가나 축사나 농사를 짓는 곳이 있으면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풍력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대책 없는 대안 에너지 사업은 ‘싸가지 없는’ 개혁 정부처럼 끊임없는 암초에 부닥칠 것이다.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최한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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