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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전쟁중.

noon2dy 2005. 4. 8. 23:10
 
[전교학신문]캠퍼스는 지금 중간고사 전쟁중
봄맞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다. 신입생 환영식이다, 동아리 가입이다 해서 캠퍼스 적응에 바빴던 새내기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리요, 피하고만 싶은 시간이다. 학점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중간고사는 4학년뿐만 아니라 신입생, 2·3학년 재학생들에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과목 한 과목 시험을 치를 때마다 가히 전쟁에 가까운 혈투가 벌어진다. 밤을 지새우기는 일쑤, 평소에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만 한다. 도서관 빈자리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고 부랴부랴 노트 구하기에, 족보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치열한 ‘시험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캠퍼스 25시를 취재했다.



■ 도서관 열람실 ''장사진''

명지대 영문과 4학년 윤주호씨는 오늘도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가 잡지 못한 것은 일자리도 아니고, 흥행 영화의 극장 좌석도 아니다. 바로 중간고사를 준비할 도서관 열람실 자리이다.

본격적인 중간고사 기간을 앞두고 벌써부터 빈자리가 드물다. 도대체 다들 몇 시에 나왔는지 윤씨가 도서관을 찾은 오전 8시, 도무지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중간고사 기간이면 가히 전쟁에 가까운 자리잡기 싸움. 씨름 선수들의 샅바 싸움도 이 정도는 아니다. 윤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등교하는 친구에게 부탁할 걸 그랬다”고 푸념하며 인근 스터디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시험기간의 고난은 열람실에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회 차원에서 지나친 열람실 자리 경쟁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벌이는 ‘사석방지 운동’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도 힘들다. 책, 노트, 필기구를 펼쳐 놓았지만 다른 일을 보느라 2∼3시간 넘게 자리를 비우면 퇴장을 알리는 ‘레드 카드’를 받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도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자리에 대한 권리를 잃는 것이다.

윤씨가 꼽는 시험기간 열람실 소동 진풍경 베스트는 ‘모범노트 도난사건’이다. 특히 시험과목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공부하는 단과대학 도서관에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잘 정리된 ‘모범노트’의 주인이나 혹은 모범노트를 빌려놓고 공부를 하고 있던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노트가 발 없이도 증발되기 일쑤다.

윤씨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김종선씨는 열람실 도난사건에 대해 “지갑, 핸드폰 같은 소지품은 물론이고, 생리대나 간식처럼 시험과는 전혀 무관한, 오히려 생활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들까지 도난당한 학생들이 있다”고 삭막한 열람실 분위기를 전한다.



■ 전공시험도 ''식후경''

가출 청소년은 있어도 가출 대학생은 없다. 대학생에게는 가출이란 개념이 안 통한다는 뜻. 그러나 시험기간만 되면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가출 대학생들의 집결지가 된다. 중앙대 경제학과 2학년 이영하씨는 “다른 곳보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며 “시험기간에는 학교 도서관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정도면 양반인 셈.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는 이들조차도 시험기간엔 꼭 학교에서 먹고 잔다. 이른바 이들 ‘밤샘파’들은 시험기간 동안 도서관과 그 인근을 기숙사로 만들어 버린다. 일부 학생들 중에는 야식을 먹기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밤샘 시험공부 사이의 간식 시간에 애착, 아니 집착을 갖기도 한다. 컵라면, 김밥, 떡볶이, 순대 등등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하는 야참메뉴들.

“다음날 전공시험 준비로 여념이 없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친구들과 야식을 시켜먹었다. 보쌈과 쟁반국수였는데 목이 마를 것 같아 소주와 맥주도 조금 시켰다. 1시간 정도만 먹고 곧바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밤이 새버렸다.”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4학년 유선호씨의 웃지 못 할 일화이다.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었다. 시험 보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만의 ‘전공시험도 식후경 론’을 설파했다.

커져만 가는 재학생들의 야식 사랑에 각 학교의 총학생회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조직적인 야식 공수가 이루어진 것. 한양대, 동덕여대 등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는 3∼4년전부터 시험기간 중 삼각김밥 등의 야식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밤샘파’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는 행사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데다 현재 총학의 주요사업으로까지 자리매김 했다. 한밤중에 야식 먹고, 수다 떨고 때때로 농구나 족구를 하다가 정작 시험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은 “무엇이 걱정이냐”고 큰소리친다.



■ 중간고사 대체입법?

국가보안법만 대체입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고 다른 방식의 평가로 ‘대체’하는 강좌가 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등 비교적 자유로운 학풍을 내세우는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물론 대학 당국의 공식적인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일선 학과와 교수들의 자율적인 강좌 운용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간고사를 리포트로 대체하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팀별 과제나 발표, 토론, 답사 등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창의성을 요하는 강좌에서는 딱딱한 시험보다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활발한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평가제도를 운용하기도 한다. 평가방식이 시험 일변도인 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킬만한 소지가 있지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만 보장된다면 강의의 질을 보다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무시험 평가 방식을 선호하는 교수들의 의견이다.

이런 탓에 중간고사 기간이 ‘미니 방학’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2학년 김성희씨는 이번 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리포트나 발표 양식으로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과목이 많아 사실상 중간고사는 치르지 않는다. 그에게는 중간고사 기간이 짧긴 하지만 ‘방학’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수강신청시 중간고사를 보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과목은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대학가 시험 풍속에 대해 학력 저하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박노준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취직 준비나 학점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학생에겐 중고등학생과 다른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12년 동안 시험의 무덤 속에서 숨죽여 지내왔던 이들에게 적어도 대학에서만큼은 시험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험을 다른 양식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희기자/aozor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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