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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철 수

noon2dy 2005. 3. 27. 22:43


 

한국 백신스로그램의 상징…경영 그만두고 새 길로 안철수는 의대를 졸업했다. 의학박사 학위까지 갖고 있고, 의대 교수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신음하는 컴퓨터를 고쳐주는 의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1980년대 후반, 낮에는 사람을 고치는 의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에 필요한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알고, 써본 ‘V3’가 바로 그가 1988년부터 개발해온 백신프로그램이다.

1995년 그는 의사를 버리고, 컴퓨터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했다. 벤처기업 사장이 된 것이다. 전문 경영인이 되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와튼스쿨에서 기술경영학을 공부하고, 스탠포드대 벤처비즈니스 과정까지 밟았다.

1990년대 후반 벤처 붐이 한창일 때, 안철수란 이름은 투자를 받는 보증수표였다.

투자자 이름에 안철수가 들어있으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덩달아 공모가가 몇배씩 뛰었다.

하지만 그가 벤처기업의 생존모델로 제시한 ‘바퀴살’ 체제를 갖추는 데 필요한 몇개 기업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바퀴살’론은 각각 핵심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서로 보완관계를 갖는 벤처기업끼리 지분을 나눠갖는 협력모델로, 한 업체가 잘되면 나머지 업체들의 자산가치도 높아지는 관계를 말한다.

그는 특히 “정직한 자세는 손해를 보면서 지킬 때 더욱 가치가 있다.” “이익은 사업의 결과이지 목표여서는 안된다.” “공익과 이윤추구를 병행할 수 있다.”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난히 강조해 왔다.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좋은 실적은 시스템 결과…내가 이룬게 아냐”
대기업·중소기업 등 시장전체가 불공정합니다
공익과 이윤추구는 상반된게 아냐 양립할수 있어
정직하게 사업해도 성공…목표 이뤘다고 자부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가인 안철수(44)씨가 회사를 세운 지 정확히 10년째 되는 날(3월18일)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날 그가 밝힌 퇴임의 변은 이렇다.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주주(그는 회사 주식을 38.45% 갖고 있다)의 눈으로 최고경영자인 나를 평가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물러나겠다고 늘 다짐해왔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10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우리나라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가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기는 처음이다.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빌딩 6층의 안철수연구소 사장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던 그를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나는 절벽을 오르는 등반가였다”며 “홀가분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15년 가까이 지켜봐왔지만, 오늘처럼 행복한 표정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제대로 보셨습니다. 사람 많이 만나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는 성격도 아닙니다. 그래서 의대에 가서도 실험실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했지요.

회사를 설립해 사장을 맡은 것도 한글과컴퓨터에 속아서였습니다. 제가 사장을 해야 투자를 하겠다고 했어요. 자신없다고 했더니, 사장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곧 속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시작했으니 어쩌겠어요.

게다가 식구(직원)까지 달렸으니. 그러니 어찌 행복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 그래도 늘 웃는 모습이었는데요.

= 2003년이었을 겁니다. 매출이 갑자기 정체되기 시작했어요. 곧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더라구요. 어느 날인가,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나갔다 들어오니, 사무실 분위기가 축 늘어져 있더라구요. 아차 싶었습니다. 한번은 회사 일과 관련한 고민거리 가운데 사소한 것 하나를 지나가는 말로 아내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며칠 밤잠까지 설치더라구요. 그러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모두 잘되고 있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요. 남들은 성공했다고 할지 모르나, 나는 늘 긴장 속에서 살았습니다.

- 아직 젊은데, 미련은 없습니까? = 제 표정을 보면서도 그런 질문을 해요? 기업은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부터 회사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난해 비로소 완성했어요. 이미 발표한 대로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시스템으로 움직인 결과이지, 제가 이룬 게 아닙니다.

따라서 내가 물러난 것과 상관없이,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회사를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어 놓고 보니까, 걸림돌이 하나 돌출되데요. 바로 나였어요. 내가 물러날 때가 됐다고 봤습니다.

― 이사회 의장으로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했는데요.

어떤 그림을 갖고 있나요? = 고려대 장하성 교수에게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배웠습니다. 먼저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모두 최고경영자가 갖고, 이사회는 전문가적 시각으로 회사의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견제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안철수가 물러났으니, 회사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란 지적도 있는데요.

= 개인적으로 안연구소 정도로 바꾸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물러났다고, 회사 이름에서 안철수를 빼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외국의 유명기업 중에도 설립자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지어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름이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체제를 가졌느냐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회사 이름에 설립자 이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설립자 내지 설립자의 자식이란 지위를 내세워, 기업을 자기 개인의 사업체처럼 주무르고 있지 않습니까. 지분으로 보면 소액주주에 불과하면서도. 저는 이게 더 문제라고 봅니다.

― 정직하게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해, 곱잖은 시선을 받기도 했는데요.

=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세가지를 이루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첫째는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정직하게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쟁력에 더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익과 이윤추구가 서로 상반된 게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내가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생각했던 만큼은 이뤘다고 자부합니다.

-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말도 자주 했는데요.

= 회사를 설립할 때 많은 고민을 했어요. 당시 나는 의사이자 프로그래머였습니다. 경영에는 문외한이었고, 솔직히 기업을 경영할 자신이 없었어요. 따라서 내가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논리가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기업을 만들어 일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뤄가는 것’이란 논리를 찾아냈습니다. 남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안철수연구소는 그 논리를 바탕으로 설립됐고, 성장해왔습니다.

나는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다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수익이란 결과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다 보면, 수익은 저절로 생기는 거라고 봤어요.

저는 지금도, 기업이 경영목표를 매출과 수익에 두다 보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팔려고 하고, 그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남보다 잘 만들어 내놓으면, 저절로 팔릴텐데요.

―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소 정보기술업체들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시달려 경영난까지 겪고 있다고 지적했던데요.

= 제 말을 대기업을 두드리는 수단으로 썼더라구요. 아마도 대기업을 두드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언제나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만연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소기업 제품의 부가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소프트웨어의 경우, 납품가를 산정하겠다며 개발자들의 학력과 경력까지 요구합니다. 납품하는 기업이 이익을 내자, 대기업이 구매 부서와 담당자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글로벌 아웃소싱이란 명분으로 주요 부품을 외국에서 조달합니다. 그 결과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휴대폰을 엄청나게 많이 수출합니다. 하지만 휴대폰 수출이 고용과 내수경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이 더 많은 혜택을 봅니다.

그렇다고 모두 대기업 탓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탓도 큽니다. 대기업만의 탓이라면 중소기업끼리는 불공정거래가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지금은 시장 전체가 불공정합니다.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니란 얘깁니다.

굳이 순서를 정하라면, 정부에게 먼저 나서라고 하고 싶습니다. 법과 제도부터 정비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 쪽으로 좁혀서 보면, 법정관리 제도부터 없어져야 합니다. 법정관리 제도가 건실한 경쟁업체들까지 모두 부실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입니다.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을 서게 하는 것도 없어져야 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게 해야, 그동안 쌓인 경험이 새로운 도전에 쓰일 수 있는데, 지금은 회사 문을 닫는 즉시 대표이사가 쇠고랑을 차야 하기 때문에 계속 끌어가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것인만큼, 규제 논란은 없을 겁니다.

­ 공부를 더 하고 싶다구요.

= 저도 몇 년 지나면, 돋보기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 전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다시 옛날 책들을 꺼내놓고, 시험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를 마친 뒤에는, 만약 받아주는 곳이 있다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인터뷰 뒤안길 처음으로 가족 얘기 “아내곁서 공부하겠다”
“최고경영자 모임에 가면, 자기들끼리는 서로 사장이라고 부르면서 나를 찾을 때는 안 박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도 사장으로 불려지는 게 어색해요.” 그는 자신을 ‘안 박사’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말을 아끼던 그동안 모습과 달리, 한시간 이상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나는 어떤 계기가 있거나 진로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그것을 준비할 겸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며 “내가 책을 냈다고 할 때는 중요한 결정을 앞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그는 회사 설립을 앞두고는 7년 동안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모아 ‘별난 컴퓨터 의사’를,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 등록 전에는 창업 이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혼이 있는 승부’를, 최근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나기 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얘기도 했다. 그는 “삼성병원 의사로 일하던 아내도 의사 자리를 던지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대학에서 법 공부를 하고 있고, 딸도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아내와 딸 곁으로 가서 같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책을 읽으면 상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함께 읽은 책 중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란 책이 있었는데, 아내를 의사를 그만두고 법학을 공부하게 만들었다. 내가 의학, 프로그램, 경영을 공부해 새로운 전문가 영역을 개척했듯이, 아내도 의학에 이은 법학 공부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것으로 본다.” 그는 “아내가 법 공부를 끝내고 변호사 훈련을 마칠 때까지 계속 따라다니며 곁에서 공부하겠다”며 “앞으로는 티셔츠,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 미디어 다음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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